AI 개발

내가 블로그 글을 쓰는 방법 - 써줘 대신 인터뷰해줘

sjh9714 2026. 7. 25. 02:36

이 블로그에 올린 글은 전부 AI로 썼다. 숨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AI가 알아서 다 해준 것도 아니다.

처음엔 제일 당연한 방법으로 시작했다. AI한테 나를 인터뷰시키고, 그걸로 회고를 써달라고 했다.

안 읽히는 글이 나왔다

문법도 멀쩡했고 문장도 틀린 데가 없었다. 그런데 읽고 나면 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겠는 글이었다. 분명 내 얘기인데 내 얘기 같지 않고, 눈이 글자 위를 미끄러지기만 했다.

인터뷰까지 시켰는데도 그랬다. 내 경험으로 만든 글인데 남이 쓴 것 같아서 기분이 좀 이상했고, 그걸 그대로 올릴 수는 없었다.

왜 그런 글이 나왔을까. "회고 써줘"라고 하면 AI는 세상의 평균적인 회고를 만든다. 수십만 개의 회고를 평균 낸 것 같은 글이다.

거기엔 정해진 재료가 들어간다. "돌이켜보면", "많은 것을 배웠다", "한층 성장할 수 있었다" 같은 상투어. 모든 문단이 비슷한 길이에 비슷한 톤. 구체적인 장면 없이 추상적인 교훈만 둥둥 뜬다. 감정은 서술되는데 그 감정이 나온 순간이 없다.

이게 AI 티의 정체다. 틀린 문장이라서가 아니라, 아무나의 이야기라서 안 읽히는 거다.

내 말을 뼈대로 세웠다

그래서 "써줘"라는 말을 버렸다.

첫 버전이 실패한 건 인터뷰가 없어서가 아니었다. 인터뷰를 해놓고 정작 쓸 때는 내 말을 AI의 언어로 갈아버렸기 때문이다. 내 입에서 나온 거친 문장이 매끈한 문어체로 바뀌어 있었고, 그러고 나니 누구 얘기인지 알 수 없게 됐다.

그래서 반대로 시켜서, 인터뷰에서 내 입으로 나온 말을 그대로 문장의 뼈대로 쓰고 AI는 그 사이만 엮게 했다.

지금 이 블로그에 그 문장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에라 모르겠다, 최선이나 다하자." "그때 우리 프로젝트는 형편없었다." "남 눈치 봐가며 행동해봤자 나한테 아무 도움이 안 된다." 다듬으면 더 예뻐지겠지만 그러면 내 말이 아니게 된다.

거기에 클리셰는 문장 단위로 걷어내게 했다. "돌이켜보면"이 보이면 지웠고, "성장할 수 있었다"로 끝나는 결말은 다시 썼다. 모든 문단이 같은 길이로 가지런해지면 일부러 들쭉날쭉하게 흐트러뜨렸다.

부풀린 걸 도로 끌어내렸다

이게 제일 중요했는데, AI는 사람을 좋게 포장하는 재주가 있어서, 나온 문장을 하나하나 따져야 했다.

초안에는 내가 무대에서 발표한 것처럼 적혀 있었다. 발표는 팀원이 했고 나는 뒤에 있었다. 앱의 개인화 계산이 실제로 돌아가는 것처럼 쓰여 있기도 했는데, 그건 목 데이터였다. 오픈소스 머지 개수는 58개인데 공개 검색으로는 57로 잡히길래 그 사실까지 같이 적었다.

이미지도 같은 기준으로 갈았다. 그럴듯한 로고 그래픽을 만드는 대신 앱을 직접 돌려서 화면을 찍었고, PR은 실제로 머지된 화면을 넣었다.

모델도 나눠서, 산문은 창작에 강한 모델로 쓰고 검수는 따지기 잘하는 모델로 했다. 하나가 쓰면 다른 하나가 물어뜯는 식으로.

"그럼 AI가 다 쓴 거 아니냐"

맞다, 절반은 그렇다. 문장을 실제로 뽑아낸 건 AI니까.

하지만 뭘 쓸지, 어떤 게 진짜인지, 뭘 걷어낼지, 어떤 목소리로 갈지는 내가 정했다. 경험은 내 것이고, "이건 아니야"라고 자르는 판단도 내 것이었다. AI는 내가 겪은 걸 잘 읽히게 옮겨줬을 뿐 없는 얘기를 지어내지 않았고, 지어내려 하면 내가 잡았다.

나는 오픈소스에 PR을 올릴 때도, 에이전트에게 규칙을 세울 때도 똑같이 했다. AI가 초안을 만들고, 사람이 검증하고 판단하고 책임진다. 글쓰기라고 다를 게 없었다. 내가 안 겪은 일을 썼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겪은 것만 썼다.

짓게 하지 말고 꺼내게 해라

AI로 글을 쓰려는 사람에게 딱 하나만 남긴다면 이거다. AI한테 네 이야기를 짓게 하지 마라. 네 이야기를 꺼내게 해라. 앞의 것은 아무나의 글이 되고, 뒤의 것은 네 글이 된다. 그 차이가 읽히는 글과 안 읽히는 글을 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