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개발

레딧에 글을 쓰며 배운 것들 - 네 번 올렸고, 네 번 다 다른 데서 틀렸다

sjh9714 2026. 8. 5. 21:45

레딧에 글을 하나 올렸다가 23분 만에 내 손으로 지웠다.

점수는 0점, 비율은 0.25였다. 본 사람 넷 중 셋이 내려찍었다는 뜻이다. 댓글은 딱 하나 달렸는데 그게 7점을 받아서, 내가 쓴 글보다 거기 달린 댓글이 높았다.

프롬프트 쓸 줄 모른다는 말을 참 길게도 했네.

반박할 말을 한참 찾았는데, 맞는 말이라 하나도 안 떠오르더라.

왜 레딧이었나

몇 달 전에 3편 끝에 이렇게 써뒀다. 복학 전에 데모 말고 실제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고, GitHub 스타도 받아보고 싶다고. 되면 그것대로고 안 되면 회고 쓸 거리가 생기는 거라고.

만들기는 만들었는데 알릴 데가 없었다. 아무도 안 보는 저장소는 없는 거나 마찬가지라 사람이 모여 있는 곳을 찾다가 레딧으로 갔다. 내가 만든 게 이미지 생성 쪽이라 그 주제만 다루는 서브레딧이 있었고, 거기엔 하루에도 새 글이 몇 개씩 올라왔다.

11일 동안 네 번 올렸다. 별은 12개 받았고 목표는 300개였으니 결과는 말할 게 없는데, 네 번 다 다른 데서 틀렸다는 건 남았다.

처음엔 점수가 잘 나왔다

첫 글은 프롬프트를 정리한 카탈로그였다. 어떤 문구가 먹히고 어떤 게 안 먹혔는지, 실패한 것까지 전부 적어서 올렸다.

올려놓고는 잠이 안 와서 점수를 분 단위로 적고 있었다. 18분에 7점, 88분에 20점, 174분에 31점. 최종적으로는 54점에 비율 0.89, 댓글 13개, 조회수 11,000까지 갔으니 처음 올린 것 치고 잘 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정작 저장소에는 거의 아무도 안 왔다.

이상해서 같은 서브레딧에서 GitHub 저장소를 걸고 100점을 넘긴 글 14개를 찾아 하나씩 열어봤다. 전부 설치해서 돌리는 코드더라. 노드, 파이프라인, 학습 도구 같은 것들. 내가 올린 건 읽는 물건이었다. 스크린샷 찍고 문구 복사하면 끝나니까 굳이 저장해둘 이유가 없다.

점수는 "재미있게 봤다"는 뜻이고 저장은 "다시 쓸 거다"라는 뜻인데, 나는 그 둘을 같은 걸로 보고 있었다.

글을 고쳤는데 물건은 그대로였다

그래서 두 번째는 분량을 줄였다. 길어서 안 읽힌 거라고 생각해서 레시피를 다섯 개로 추렸는데, 16점에 댓글 하나로 끝났다.

지금 보면 좀 웃긴 게, 답은 1차에서 이미 나와 있었다. 사람들이 저장하는 건 돌아가는 물건이었고 나는 계속 글만 고치고 있었다. 다섯 개로 줄이든 오백 개로 늘리든 스크린샷 찍으면 끝나는 건 똑같았다.

안 본 걸 봤다고 썼다

세 번째가 맨 앞에 적은 그 글이다.

앞서 인기 글들을 훑다가 "이미지를 여러 장 붙인 갤러리 형식이 잘 된다"는 걸 봤고, 그래서 실패한 이미지 20장을 모아서 올렸다. 지금 보면 두 칸을 건너뛰었다. 내가 본 건 형식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나는 그걸 내용에 대한 이야기로 바꿔서 "실패 이미지를 스무 장 모아도 이긴다"고 읽어버렸는데, 그런 말은 어디에도 없었다.

23분이면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없으니 지웠다. 삭제 버튼을 누를 때 제일 먼저 든 감정이 억울함이 아니라 안도감이었고, 그게 더 창피했다.

읽는 사람들은 글쓴이가 근거를 갖고 쓰는지 아닌지를 생각보다 빨리 알아보고, 세게 쓸수록 더 빨리 알아본다.

네 번째는 올리기 전에 검색부터 했다

네 번째를 올리기 직전에 그 서브레딧을 한 번 검색해봤다. 15일 전에 같은 모델로 거의 같은 걸 정리한 글이 2,100점을 받고 이미 올라와 있더라.

며칠 잡고 만든 걸 그 자리에서 버렸다. 대신 그 글에 달린 댓글을 전부 읽었다. 사람들이 물어봤는데 아무도 답을 안 한 질문이 하나 있길래, 그걸로 다시 지었다.

139점에 비율 0.87, 댓글 27개로 1차의 두 배가 넘는 점수였다.

검색에 쓴 30분이 그 앞의 며칠보다 값이 나갔다. 이미 있는 걸 확인하는 건 재미없는 일이고 열심히 만든 걸 버리는 건 더 재미없는데, 그 둘을 안 하면 그냥 늦게 온 사람이 된다.

그리고 댓글창에서 제일 크게 배웠다

잘 됐다고 생각한 건 딱 한 시간이었다.

시작은 대시 하나였다. 올리고 75분쯤 지나서 댓글에 답을 달았는데 거기에 em dash를 썼다. 이거다. 27분 뒤에 "저 대시 봐라"는 댓글이 달리고 밈이 붙었고, 3분 뒤에는 이런 게 올라왔다.

이 사람 글은 전부 쓸모없는 LLM 슬롭이다.

내 답글은 −1점이 됐고 지적하는 댓글들은 +12점, +5점을 받았으니 스레드에서 나만 마이너스였다. 그날 그 화면을 계속 새로고침하면서, 뭐라도 해명하고 싶은 마음이랑 그러면 더 파일 거라는 걸 아는 마음이 계속 부딪혔다.

내용 쪽은 더 아팠다. 내 제목에는 "이미지 전체가 바뀐다"고 적혀 있었는데 정작 두 번째 예시는 인물만 바뀌고 배경은 사진 그대로였다. 한 사람이 그걸 7분 만에 잡아냈다. 그리고 레딧은 제목을 수정할 수 없다. 본문은 고쳤지만 제목은 그대로 남아서, 새로 들어오는 사람마다 같은 자리에서 걸렸다.

그 사이 나는 뭘 해야 할지 몰랐다. 본문을 고치자니 제목이 남고, 가만두자니 사람은 계속 들어오고, 해명하자니 그게 또 연료가 된다. 세 번째 글을 지운 게 며칠 전이었으니 이것도 지울까 하는 생각을 몇 번 했다.

네 시간쯤 뒤에 긴 댓글이 하나 달렸다. 내 예시들이 왜 전부 형편없는지 조목조목 적혀 있었고, 네 개 다 맞는 말이었다. 요지는 하나였다. 그림을 그려달라고 하면서 프롬프트에 사진 찍는 말을 네 개나 섞어놨다는 것. 그중 하나는 아예 facing the camera였다. 카메라라는 단어를 직접 써놓고 그림체가 안 나온다고 하고 있었던 거다.

읽고 나서 든 감정은 억울함이 아니라 고마움이었다. 그때까지 달린 댓글은 전부 내가 틀렸다는 얘기였는데, 그래서 뭘 어떻게 고쳐야 하는지는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이 사람이 처음으로 그걸 알려줬다. 지울 생각은 그 댓글을 읽고 나서 접었다.

고맙다고 답글을 달았다. 그리고 그 사람이 고쳐 적어준 프롬프트를 바로 돌려봤다.

그중 둘은 내가 본문에 "어떤 문구로도 안 된다"고 못박아둔 화풍이었다. 조건을 똑같이 맞추고 그 문장을 그대로 넣었더니 둘 다 한 번에 됐다. 내가 불가능이라고 부른 건 그냥 내가 못 한 거였다.

비교 이미지를 만들어서 내가 틀렸다고 답글을 올렸다. 그 답글이 +23점을 받았고 다이아몬드도 하나 받았다. 버티는 것보다 인정하는 게 훨씬 싸게 먹혔다. 솔직히 말하면 인정할 때도 계산이 좀 있었는데, 그렇게라도 하는 게 안 하는 것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한다.

밖에서는 안 배워진다

이 11일 동안 AI는 많은 걸 했다. 이미지 수백 장을 만들었고, 카탈로그를 짰고, 글 초안을 뽑았고, 검사 스크립트를 돌렸다.

못 한 게 정확히 하나 있었다. 이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읽는 것보다 돌아가는 걸 저장한다는 것, 대시 하나에 반응한다는 것, 제목에서 세게 나가면 그게 그대로 공격면이 된다는 것, 잘못을 인정하면 오히려 점수가 올라간다는 것. 전부 그 커뮤니티의 문화인데, 이건 밖에서 자료를 아무리 모아도 안 나온다. 안에 들어가서 한 번 맞아봐야 나온다.

정답을 준 것도 모델이 아니라 댓글 단 사람들이었다. 한 명도 아니었다. 예시가 틀렸다고 처음 잡아준 사람, 프롬프트를 고쳐 써준 사람, 그리고 내 대시를 비웃은 사람까지 각자 하나씩 알려줬다.

3편에 안 되면 회고 쓸 거리가 생기는 거라고 써뒀는데, 별 대신 그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