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를 켜면 요즘 이런 썸네일이 계속 뜬다. "클로드로 월 1000만원 벌었습니다." "코딩 1도 몰라도 앱 만듭니다." "개발자 이제 필요 없습니다."
바이브 코딩 얘기다. 코드를 직접 치는 대신 AI한테 말로 시켜서 만드는 방식인데, 작년에 한 AI 연구자가 "코드의 존재를 잊고 분위기(vibe)에 몸을 맡긴다"고 한 데서 이름이 붙었다. 지금은 한국에서만 월 검색량이 4만 건을 넘는다.
나는 이걸 올해 2월부터 6개월째 하고 있다. 이걸로 팀 프로젝트 앱을 닷새 만에 다시 만들었고, 오픈소스에 PR 58개를 머지시켰고, 지금 이 블로그도 이걸로 쓴다. 그러니까 저 썸네일들이 파는 꿈을 반년쯤 실제로 살아본 셈인데, 어디까지가 진짜고 어디부터가 거품인지 이제는 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코딩 장벽은 진짜 사라졌다
먼저 진짜인 부분. 나도 처음엔 안 믿었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이름을 알기 전에 GPT의 코덱스를 써본 적이 있는데, 결과가 정말 최악이어서 "그 정도인가" 하고 접어뒀다. 그러다 올해 2월에 커서(Cursor)로 백엔드 포트폴리오를 하나 만들어봤는데, 결과가 말도 안 되게 잘 나왔다. 내가 백엔드를 그렇게 잘 아는 것도 아닌데? 그 화면을 한참 들여다봤고, 그날부터 개발이 재밌어졌다.
반년 지난 지금은 Ruby도 PHP도 Go도 모르면서 그 언어들 프로젝트에 내 코드가 들어가 있다. 코드를 못 짜는 게 장벽이던 시대는 정말로 끝났다. 이건 거품이 아니다.
그런데 냄새가 난다
문제는 코딩이 아닌 곳에서 시작된다.
이 6개월 내내 제일 힘들었던 건 프론트 디자인이었다. 코덱스로 개발할 때는 뭘 어떻게 해도 봐줄 수 없는 결과만 나왔다. 지금은 클로드로 디자인하는데, 이것도 AI한테 전부 맡기면 바이브 코딩 냄새가 난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색, 어디서 본 것 같은 배치. 딱 보면 "아 이거 AI가 만들었네" 싶은 그 화면이다.
봐줄 만한 게 나오려면 사람이 개입해야 했다. 잘 만든 레퍼런스를 여러 개 찾아서 따라하게 하거나, 내가 직접 디자인 아이디어를 내거나. 반대로 백엔드는 6개월 동안 불편함을 거의 못 느꼈다. 로직은 AI가 잘하는데 감각은 아직 사람 몫이다.
여담인데, AI 슬롭 얘기를 쓰면서 알게 된 게 하나 있다. AI로 만든 웹사이트들이 죄다 비슷한 보라색 그라디언트에 이모지 범벅이라 그것만으로 알아보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다. 내가 맡았던 그 냄새가 나만 맡은 게 아니었던 거다.
코딩 몰라도 되나? 된다, 조건이 하나 있는데
그럼 "코딩 몰라도 앱 만든다"는 말은 어디까지 맞는 걸까. 나는 거의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조건이 하나 붙을 뿐이다. 배우려는 의지.
만들다 보면 코딩 말고도 모르는 게 계속 튀어나온다. 서버 배포는 어떻게 하는지, 도메인은 뭘 사야 하는지, 에이전트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그때마다 AI한테 물어보면서 가면 앱은 충분히 만들 수 있다. 관련 지식이 많으면 더 빠르고 더 좋게 만들 수 있을 뿐이지, 지식이 입장권은 아니다.
입장권은 막힐 때마다 "이게 뭐지?" 하고 물어볼 의지 쪽이다. 그게 없으면 어차피 첫 배포에서 멈춘다.
월 1000만원 썸네일의 진실
그럼 그 월 1000만원 썸네일은 뭘까. 거짓말은 아닐 거다. 그 사람은 진짜 벌었을 거다.
그런데 그 사람이 가진 진짜 기술이 뭔지 봐야 한다. 뭘 만들어야 팔리는지, 어떻게 알리는지, 수익 구조를 어떻게 짜는지. 그러니까 그 사람은 돈 버는 법을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이고, 클로드는 마지막 조각이었을 뿐이다. 영상에서는 그 부분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니까, 보는 사람은 클로드만 결제하면 되는 줄 안다.
방법은 배우되 곧이곧대로 따라하기는 어렵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리고 솔직히, 그렇게 꿈을 팔아서 강의로 돈 버는 쪽은 좋아하지 않는다.
이 유행의 진짜 수혜자
여기까지 오면 이상한 결론이 하나 나온다. 주변에서 "나도 바이브 코딩 해볼까?" 하고 물으면, 나는 컴공생보다 다른 분야에서 일해본 사람한테 더 강하게 추천한다.
바이브 코딩으로 성공한 사례들을 몇 개 찾아봤는데, 컴공 출신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생각해보면 당연하다. 나 같은 전공자는 AI가 이미 다 알고 있는 지식을 배웠고, 정작 다른 시장은 모른다. 그러니 참신한 아이디어가 잘 안 나온다. 반대로 어떤 분야에 발을 담가본 사람은 그 시장을 알고, 거기서 뭐가 불편한지 정확히 안다. 코딩이 공짜가 된 시대에는 그쪽이 훨씬 유리한 자리다.
썸네일이 파는 꿈과 실제 유리한 사람이 다르다는 얘기다. "개발 몰라도 됩니다"라는 말은 개발자가 되고 싶은 사람보다, 자기 분야의 불편함을 아는 사람에게 진짜 기회다.
시작한다면
도구는 웬만하면 클로드를 권한다. 코덱스랑 둘 다 써봤는데 종합적으로 클로드가 편했고, 특히 프론트 만들 때랑 글 쓸 때 차이가 났다.
그리고 미리 알아둘 것 하나. 코딩은 AI가 해주는데, 뭘 만들지는 끝까지 AI가 못 정해준다. 나는 그걸 레딧에서 배웠다.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는 그 사람들 속에 들어가야 나온다.
반년 전의 나는 코딩을 못 해서 아무것도 못 만드는 줄 알았다. 지금의 나는 코딩 빼고 전부가 어렵다는 걸 안다. 그래도 이 순서가 낫다. 제일 높던 벽이 제일 먼저 무너졌으니까.
'AI 개발'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내 클로드 코드 세팅 (0) | 2026.08.17 |
|---|---|
| AI 슬롭 - 품질이 아니라 신뢰가 문제다 (0) | 2026.08.11 |
| 요즘 자꾸 보이는 하네스, 루프, 그래프가 뭔지 공부해봤다 (0) | 2026.08.09 |
| 모르는 사람의 댓글이 나를 가르쳤다 - 레딧에 네 번 올린 기록 (1) | 2026.08.05 |
| 써줘 대신 인터뷰해줘 - 내가 AI로 블로그를 쓰는 방법 (0) | 2026.07.25 |